2015.07.04 순종
2015.07.04
SONY A7ii
Prague (Praha)
프라하
올곧은 철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설렘과 평안함으로 가득하다.
반듯하게 뻗어있는 철길은
갈 길이 정해져 있기에,
그곳이 어딘지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그래도 어디로 가야 할지,
그리고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는 알 수 있기에
이 철길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믿음으로 따라 걸을 수 있는 거겠지.
만약 우리의 삶이 이 철길을 닮아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걱정과 근심이 아닌
철길을 걷는 순간과 같이
설렘과 기대로 가득할 수 있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본 적도 없는 길이지만
그래도 내가 있어야 할 어딘가로 향해왔고
앞으로도 향해 갈 텐데.
계획된 길을 걸어가되
다만 아직 알지 못할 뿐
가장 정교한 철로를 따라 우리는 걷고 있을 텐데.
때로는 산을 넘고
빛나는 바다를 건너
가장 이상적인 목적지를 향해
오늘도 아름답게 달리고 있을 텐데.
왜 우리는 그렇게도 힘겹게
아름다운 철길을 무시하며
달리는 열차를 멈춰 세우려 하는 것일까.
잡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우리 각자 자신만이 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의미하며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은
절대 같을 수 없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음에도
왜 우리는 우리의 철로를 사랑하지 못하는가.
우리의 '걸어감'이
그 자체로서 갖는 의미를 떠올린다.
그래, 결국은 과정이야.
결과는 우리의 뜻이 아니니
우리는 우리의 철길을 아름답게 걸어나가면 돼.
눈 내리는 철길은 눈 내리는 대로
비 내리는 철길은 비 내리는 대로
빛나는 바다 옆 절벽의 철길을 따라
높은 산, 우거진 숲 속의 철길을 따라
사람 냄새나는 비좁은 골목의 철길을 따라
그렇게 모든 순간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
그렇게 살아가면 돼.
의지 없이 희망없이
될 대로 되라는 게 아니야.
걸어감이 의지이고
믿음이 희망이야.
그래서 우리는 이 행위를
'순종'이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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