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할 수 없던 곳에서
상상 할 수 없는 매일을 보내는 요즘.
그 무엇도 내가 그린 것이 없기에
정신없이 급류에 떠내려 가듯
손에 잡히는 것도,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다.
당연히 여겼던 많은 것들은 더이상 당연치 못한
생소하기 그지없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었고,
내가 꿈꾸는, 되고 싶은,
어쩌면 가면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나의 모습은
거침없이 흐르는 물살에 맡닿아 벗겨지고 만다.
내가 만든 나는 조악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살깟이 벗겨지는 고통을 통해서야 알 수 있었다.
고상함과 따뜻한 미소가
더 이상 내게 존재 할 수 없을 때
나는 더럽고 구차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성과 마주했고
안타깝게고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기에 더욱 아프고 아팠다.
누군가가 그리는 나의 모습과
지금 이 자리에 남아있는 부끄러운 '나'
그것 사이의 괴리에서 한참을 고통스럽다
아주 가끔, 정말 가뭄에 콩나듯 하나씩
작은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만들어진 껍떼기와 모순들을
더이상 두룰 수 없는 이 날에
허망한 빈 자리와
말라 비틀어진 광야의 땅을 바라보며
지금껏 지었던 모든 것들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나의 집이 될 수 없었던 모든 것들로부터 떠나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는 새로운 집으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