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9 시간

2015.06.29

SONY A7ii

Austria Vienna (Wien)

오스트리아 비엔나 (빈)

시간

세월이 흘러도
내 머리가 파뿌리가 되어도
한결같이 누군가와 함께하며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면.

시간의 흘러감이
그리고 그 제한됨이
나와 누군가에게 진실된 축복으로
다가오는 날이 내게 다시 온다면.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던 날이 있다.
'시간의 한정됨은 사실 위대한 축복'이라고.
한정된 시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아름다움이
내 마음속에 울려 퍼졌던 나날이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누군가를 바라봄이
한정된 시간 속에 있기에
때로는 가련하고 한없이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시간은 내게 언제나
내가 생각했던 무언가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제시하였고
난 그 안에서 절대적 소망과 함께할 수 있었다.

인간이기에
이 땅 위에서 숨 쉬는 날의 필연적 끝마침이
참 놀랍게도 수많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니.

사실 이 사진은 노부부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
빈의 거리를 거닐다 언제 찍었는지도 모를 만큼
가볍게 풍경을 담았었다.

그리고 오늘,
여전히 엄청난 양을 남겨둔 사진을 정리하다
사진 속을 지나고 있었음에도
미처 보지 못했던 노부부의 모습이
그동안 잊고 있던 위대한 축복을 일깨워온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 수많은 관계 안에서
오늘도 수없는 기적을 마주하고 살아가고 있음에도
시간의 속성을 어느덧 '농익음'에서
'낡음', '녹슮' 따위로 바라보고 살았음이
답답한 통 안에 같혀
어찌 할 새 없이 절벽의 폭포를 향해 떠내려가는 듯
무기력함과 불안함, 압박감 속에 괴로워하던 나에게
빛나는 실마리와 같이 다가온다.

오늘의 기적을 바라보지 못하는 자는
필히 내일의 기적 또한 보지 못하리라.
오늘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는
결단코 내일 또한 사랑하지 못하리라.

시간의 실마리를 붙잡고
다시금 하나하나 배워간다.
시간의 흘러감이
그리고 그 제한됨이
다시 나에게 생의 감촉을 가져다 줄 날을
기대와 기도로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