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4 이상
2015.06.04
SONY A7ii
kinderdijk
(킨더다이크)
나는 언제나 이상적으로 살길 원했었다.
매 순간 이상을 꿈꿨고, 이상을 좇았다.
하지만 언제나 감정적 각성에 그칠 뿐
그것으로 인한 현실의 이상화는
아주 없다곤 할 수 없었지만,
절대적 방향성이 변하진 못했다.
끝없는 딜레마에 나는 스스로 무너졌고
공황장애를 동반한 정신적 고통과
심한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죽지 못해 사는 하루하루
발작이 심해 잠 못 이루는 밤엔
내일을 향한 조금의 희망도 찾지 못한 채
그냥 이대로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절대적 희망과 가치를 상실한 나는
그 가치와 희망을 찾기 전엔 절대 행복할 수 없는
이상주의자 스스로의 함정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든 진정한 가치와 소망에 대하여
단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 보았다면
그것을 찾기 전까진 결단코 행복할 수 없으리라.
나는 그렇게 끝없는 어둠 속에 홀로 갇힌 듯
소망을 상실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정신이 무너지니 몸도 버티질 못했고
어느 날은 화장실에 홀로 앉아
그 자리에서 뱃속의 모든 걸 게워내고
게워낸 그 자리에 그대로 정신을 잃은 채 고꾸라져
이대로 죽겠거니 했었다.
몸과 마음이 병든 새
멈춰버린 생각은 나를 더욱 불안하게 했고
나를 되찾겠다고
자신감 있고 꿈 있는 나를 되찾겠다고
예전과 같이 한밤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보기도 했으며
기타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홀로 연주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쥐어짜 내려고 별 수를 다 써보았다.
책을 왕창 꺼내서 쌓아두고 읽겠다 했고,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노래를 들으며
무언가 감정을 느끼길 스스로에게 강제했다.
끊임없는 생각이 삶의 모토였던 나는
멈춰있는 사고가 그 무엇보다 불안했고
불안함은 조급함을 자아내어
스스로에게 생각을 강제했고
느끼길 강제했으며
살아가길 강제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그 어떤 생각도, 느낌도 가질 수 없었고
다만 죽어가는 기분 나쁜 감촉만 더욱 선명해질 뿐이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공황장애의 발작
밥 한 숟가락이 버거운 건강
아무런 의욕을 갖지 못하는 정신
한없는 공허함에 소망 잃은 영혼.
살아도 사는 느낌이 아니었고
내가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오늘이 있기에 내가 끌려가는 기분으로
하루에 겨우겨우 끌려다녔다.
그렇게 1년이 넘어가고
나는 이 칠흑 같은 암흑에 끝은 있는지
좌절하고 아파했다.
회복을 기도하고
제발 구해달라고 기도하였지만
삶은 계속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만이 펼쳐졌다.
그렇게 계속 아픔과 불안함 속에 살아가던 나.
그런 나는 어느 날
비로소 하나하나 놓아가기 시작하였다.
자부심이자 모토였던 '끝없는 생각'
그것의 근원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멈춰가는 생각과 자꾸만 부딪히는 인간적 한계에
밑천이 곧 드러날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참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애초에 난 밑천조차 없는 인간이었다는 인식으로부터
회복되고 치유되기 시작했다.
내 삶을 억지로 쥐고 있던 가냘픈 나의 손의 힘을 풀었고
비로소 나는 다시금 자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을 강제하지 않아도
느끼길 강제하지 않아도
살아가길 강제하지 않아도
나는 생각하고 있었고
느끼고 있었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픔을 통하여 나는 배웠던 것이다.
모든 삶과 감촉, 그리고 모든 달란트는
오로지 은혜로서 주어진 것이라는 것을.
내가 잡으려 한다고 잡아지는 것도
내가 놓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란 것을.
그것이 나에게 축복인 순간은
내 주권이 아님을 인정하는 순간이며
그것이 나에게 독이 든 성배가 되는 순간은
그것이 나의 것으로 인식하는 순간임을 말이다.
나는 내려놓았고
나는 자유하였다.
나는 내려놓아가는 중이며
나는 더욱 자유로워지는 중이다.
연단의 시간을 통하여 내가 배운 또 한가지는
이상을 꿈꾸며 그 은혜 속에서 하루를 감사히 살아가기 위해선
내가 나의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나의 오늘을 등한시하면서
이상만을 바라고 은혜를 바라는 것은
큰 바다를 바라보며
낚싯대 하나 던지지 않은 채
고래가 잡히길 기도하는 자와 같음을
나는 비로소 아픔을 통하여 배웠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아름답고 고고히 호수를 거니는 백조의
쉼 없이 발버둥 치는 두 다리와도 같다.
현실을 뒷받침 삼아
이상을 실현하는.
하지만 이 노력은
내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가 아님을 기억하자.
내가 나의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오늘이라는 이름의 사명을 주신 하나님께 순종함이
오늘을 살아가는 노력임을 기억하자.
고여있는 이상은 반드시 썩으리라.
이상을 현실로 흘려보내라.
작지만 놀라운 현실의 이상화를
지금 이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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