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20
나는 결국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끔, 아니 꽤 자주 하는 요즘이다.
무언가가 되려 어설픈 연기를 하는 것은
설령 그것이 몇몇의 눈을 가리고
비추어지고 싶었던 모습 안에 나를 감춘다 해도
결국 여린 속살은 변하지 않는 법이기에
내 마음 가장 가까이 두는 이에게는
이내 들통나 버리기 마련이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파리처럼 내 주변을 맴돌며
뒤죽박죽 나의 행동과 모습에 대한 생각에 애쓰다가도
억지로 무언가를 둘러 살아온 이들의 연붉은 속살을 마주할 때 느꼈던
일종의 불쌍함 같은 것이 떠오르면,
결코 완전할 수 없는 가녀린 인간의 속사정이
나 또한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다다르곤 한다.
그래서 나는 결국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유달리 특별하다거나 특출나서도 아니요
그 앞에 눈부시도록 전도유망한 황금길이 있어서도 아닌
그저 그것이 나의 젊은 날을 바치고자 결심했던 것으로
그 무엇보다 스스로 가치있다 여겼던 것이며
나와 내 주변에 작은 풍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작은 기대를 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좁아진 시야는 넓게 보고자 할 때 오히려 좁아지고
되려 가장 작은 것에 집중할 때, 그 너머의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은 단순하며 쉬워야 한다.
작은 성취들이 이뤄낼 별자리를 기대하자 하지 않았던가.
요즘은 오랜 시간 눈길을 주지 않았던
누군가의 이야기들에 눈을 마주치려 노력하고 있다.
엷은 종이 위 검게 물든 이야기들에
차분히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생을 살아내려 몸부림치는 나의 모습이
별로 유난스럽지 않게 느껴지기에.
2월 20일 2023년
어제보다 조금 더 노래진 초봄의 햇살과
아직 창을 활짝 열어두기엔 조금 쌀쌀맞은 봄바람,
유난히 작게 속사귀는 셰넌도어와 함께.